‘골라 읽는’ 독서의 시대 -책장을 정리하며

쌓인 책들이 주는 무거운 마음

책장을 정리하다 보면 묘한 죄책감이 듭니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 절반쯤 읽다가 그만둔 책들, 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몇 년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무언의 압박을 가해옵니다.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많이 사놓고도 읽지 않는 내가 문제인가?”하는 자책도 따라옵니다.

젊었을 때는 책을 많이 읽는 것 자체가 목표였습니다.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는지 세어보기도 하고, 두꺼운 고전을 완독했을 때의 성취감을 즐기기도 했죠. 베스트셀러 목록을 체크하며 화제가 되는 책들을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지적인 사람이 되려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0대를 넘어서면서 독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읽고 싶은 책은 계속 늘어나고, 집중력은 예전만 같지 않고, 무엇보다 “이 책이 정말 내게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젊을 때처럼 무작정 많이 읽는 것보다는 정말 의미 있는 독서를 하고 싶어졌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짧은 글에 익숙해진 탓에 긴 호흡의 책을 읽는 것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남은 시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더욱 신중하게 책을 선택하고 싶어졌습니다.

젊을 때 ‘다독’에서 중년의 ‘정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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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lil_foot_ on Pixabay

젊은 시절의 독서는 대부분 ‘다독’ 중심이었습니다. 많은 책을 빠르게 읽어서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목표였죠. 속독법을 익혀서 읽는 속도를 높이려고 노력했고, 한 권을 끝내면 바로 다음 책으로 넘어갔습니다. 책의 내용을 깊이 소화하기보다는 “읽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독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지고, 속도보다는 깊이가 의미 있어집니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그 내용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독서가 됩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중년에 이르면 이미 상당한 배경 지식과 인생 경험을 축적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 지식과 비교하고 연결하면서 읽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책의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발휘됩니다.

또한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선택적 독서를 하게 됩니다. 모든 챕터를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는 게으름이 아니라 현명한 독서 전략입니다.

책과의 대화도 달라집니다. 젊을 때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였다면, 중년에는 책의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면서 읽게 됩니다. “정말 그럴까?”, “내 경험으로는 다른데?”, “이 부분은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식으로 능동적인 독서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완독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젊을 때는 한 번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중년에는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덮을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내 삶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책 선택 기준

중년의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선택 기준을 갖는 것입니다. 무작정 베스트셀러를 따라가거나 남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기보다는, 현재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기준은 ‘현재의 관심사와 연결성’입니다.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궁금해하는 주제, 해결하고 싶은 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책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에 관심이 있다면 운동이나 영양에 관한 책을,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소통이나 심리학 관련 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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